독일 베를린 해적당과 한국 청년층

사회 2011.09.30 01:02 Posted by 양파로그

독일 해적당원들 양의실종 (이미지 출처: Pirate Party protests 'naked' scanners in their underpants - The Local)

 

민노씨.네 __ 독일 해적당과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위 글에 의하면 해적당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 컨퍼런스가 열리는 듯. 참가하고 싶으면 참가하시라우. (난 안 감)

위 글은 짧게나마 독일 해적당의 배경 속에서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실태를 대조한다. 다음은 글에서 발췌.

"(대한민국의) 억압적이고, 규제 일방의 저작권 정책, 포털의 폐쇄적인 시스템(가두리 양식장), 트위터 속 '농담'도 국가보안법으로 규율하는 전근대적인 통제와 감시시스템"

혹자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통일하려면 북한의 경제수준이나 민주화 수준이 먼저 우리나라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발상의 전환을 하며 북한을 남한의 수준에 맞추는 대신 남한을 북한의 수준에 맞추면 어떻겠냐는 기발한 제안을 한다. 악플 타령하면서 마구 억압하고 실명제 하고 막가파식 명예훼손법과 주입식 선거를 지향하는 선거법이 아직도 계속되는 것. 이게 다 남한을 북한의 수준에 맞추는 정책의 일환이고 이대로만 쭈욱 가면 우리의 소원 조국통일을 맞이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통일하면 우리도 북한처럼 멋진 뮤직 비디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야.

근데 김정일 양의실종 사진도 구글에 검색해보면 나온다. 물론 합성사진이다.

한국이나 일본에 방문하는 미국인은 한국과 일본의 인터넷 속도에 감탄하곤 한다. 그래서 미국 누리꾼들은 인터넷 빠르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를 욕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누리꾼은 우리나라 정부를 욕해줘야 한다. 입 좀 풀어달라고. 키워질도 인권이라고.

 

표현의 자유, 악플, 상처에 대해

미국은 악플을 처단해야한다는 사상 자체가 없다. 누구의 기분이 나쁘다고 또는 상처 받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자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는 사상이 현재 미국에서 주류다. 미국도 원래 이렇지는 않았는데 몇십년간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결과로 여기까지 온 거다. 한편, 유럽 역시 악플을 형사처벌하자는 사상 자체가 없다. 다만 유럽에서는 소수자 비하 발언을 처벌하는 게 있다.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는데 적어도 대한민국 무개념 정권들이 펴는 “악플 비방 다 처단하세!”라는 정책과는 다르다.

인터넷에서 뭐 읽다가 기분 나쁘고 상처 받을 수 있다. 그냥 마음 단련하면 괜찮다. 암 그래야 어른이지. 혹자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상처받는 이유는 우리가 비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사회가 비판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것은 사람들이 비판을 많이 못 들어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 때문일까? 사실 우리는 비판 받는 데에 아주 익숙하다. 우린 학창시절에 선생님의 비판을 정말 많이 듣고 자랐다. 친구가 나에게 저런 말을 했으면 가차없이 박치기를 해줬을 그런 심한 말들도 종종 선생이 학생에게 막 한다. 우리는 인신공격을 받는데 익숙하다. 우리는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악플에 익숙하다. 다만 우리가 직접 비판을 할 기회는 적었다. 비판하는 것이 (특히 선생님을 욕하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물론 “비판은 나쁜 게 아니에요”라고 가르치는 학교도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거야 뭐 지켜지지 않는 공약에 불과하고, 실제로 비판을 해보면 매를 맞거나 벌점을 받거나 교장실로 불려가게 된다. 수위 높은 비판을 공개적으로 많이 못해보는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수위 높은 비판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따라서 나중에 커서 남이 수위 높은 비판을 하는 모습을 보면 “쟤 왜 저러냐. 쯧쯧. 나는 저러지 않아”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Goodbye old Korea 릴레이 글쓰기를 제안하며 | 베를린로그 by 강정수 에 올라온 댓글 중: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비판 알레르기’를 버려져야할 낡은 것 1순위로 뽑고 싶습니다. 진중권씨도 한국사회가 비판에 대한 관용이 부족하다는 것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마 이분이 비판 알레르기를 완화시켜줄 예방주사라는 의미로 의도적으로 신랄할 어조를 쓰는 것 같아요. 안티가 많아지는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판 알레르기 치료에 동참하는 거죠. 그래서 “지존 키워 진중권”이라는 별명도 있죠.

제 생각에는 ‘악플러’, ‘악성 댓글’, ‘악플’ 등의 신조어가 비판 알레르기의 결과로 보입니다. 비판의 수위가 참을 수 없는 정도면 ‘비방한다’고 표현하고 더 나가서 ‘악의적으로 비방한다’고 표현해 비판자를 악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있죠. ‘악플’, ‘악의’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건 그만큼 비판을 쉽게 ‘악’으로 규정하는 문화가 깊숙히 우리 안에 박혀있는 걸 나타낸다고 봅니다.”

표현의 자유 얘기는 여까지만 하고 해적당 얘기로 돌아가자.

 

포퓰리즘에 대해

 

다음 영문 기사는 독일 해적당에 "마르크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후예, 투명성과 직접 민주주의 요구한다"라는 수사를 붙인다.

Children of Marx and Microsoft | Presseurop (English)

마르크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후예라니. 그것은 독자의 시선을 끄는 기사 제목!  난 이런 자극적인 제목이 좋다.

이번에 베를린에서 열 명 중 한 명이 해적당에 표를 주었단다. 기사에서 소개하는 해적당 정책에 독특한 게 많다. 그 중에서 몇 개만 살펴보자.

  • 내부고발자 보호
  • 대중교통 전면 무상
  •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월급 지급. 어려운 말로 "기본 소득 제도"라고 부름.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오느냐? 물론 세금에서 나오겠지. 그렇다.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이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님.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어서 그걸로 국민 의료비 지원해고, 실업수당 많이 주고, 주거지 마련도 도와준다. 게다가 교육이 공짜이거나 매우 저렴한 나라들도 있다. 세상에 대학 등록금조차 아예 없거나 저렴하다. 그래서 미국인들도 유럽으로 유학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러니 유럽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거다. 이런 정책들을 어려운 말로 사회민주주의, 줄여서 사민주의라고 부르고, 쉬운 말로는 복지국가라고 부르더군. 이런 복지병을 봤나!

아 부럽다. 세금 좀 더 걷읍시다 여러분.

 

다음은 기사에서 발췌

"주류 정당들은 아직도 인터넷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오프라인상의 법으로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해적당의 지지율로 보아, 적지 않은 수의 유권자들은 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상의 자유를 더 나아가 인터넷 바깥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잠시 인기 있었던 스웨덴 해적당의 지지율은 다시 미미한 수준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스웨덴의 해적당은 이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스웨덴 해적당이 없었다면 스웨덴 보수파 권력층이 지적 재산권에 대한 입장을 좀더 푸는 쪽으로 바꾸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스웨덴 해적당은 과거 녹색당과는 달리 단일 이슈 정당에서 일반 정당으로 점프하지 못하였다."

 

대한민국의 요새 젊은 것들에 대하여

 

영문 기사 얘기는 여까지만 하고, 독일 해적당이 어떤 기타 정책을 들고나왔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이사이경제 기사를 읽어보시라.

해적들, 베를린에 깃발을 휘날리다. - copy left 독일 해적당, 지방의회 진출 성공 - 아시아경제

다음은 위 기사에서 충격적이었던 문단 하나.

"해적당의 성공은 스스로에게도 뜻밖의 결과였다. 해적당은 직업적 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정치 경험도 전무하다. 해적당의 후보 중에는 19살짜리 소녀인 수잔느 그라프도 있다. 어리지만, 해적당의 청년조직인 ‘젊은 해적들’(young pirates)의 부의장이며, 당내 경선을 통해 선발된 당당한 후보이다.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 베를린 시 의회 사상 최연소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비오 라인하르트(24)라는 또 다른 후보는 경력난에 자신이 참여했던 시위를 쭉 열거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어린 것들이 정치질을 하는구만. 우리나라에서 어린 것이 정치질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어린 것이 정치질하면 벌어질 수 있는 일

  1. 퇴학 조치, 퇴교 조치 등.
  2. 문제학생이라고 찍힘. 운동권 꼴통이라고 찍힘.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 짓 하는 놈이라고 찍힘.
  3. 운동하느라 성적 떨어짐. (그러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갈 확률이 줄어들지)

1,2,3을 보면 답이 딱 나온다. 정답은? 그냥 조용히 닥치고 사는 게 최선이라는 정답.

아 이런 암담한 경우를 봤나.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투표율이 좀 비교적 낮다는 게 꼬투리 잡혀서 그런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 젊은 층은 정치 사회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게 시위나 행동게시 등의 형태로 잘 나타나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이냐면, 그냥 더 이상 벌 받기 싫어서다. 사실 청년만의 얘기는 아니고. 괜히 나섰다가 정에 두들겨 맞은 적이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그래서 더 이상 정 맞기 싫은 거야. 독일 젊은이나 한국 젊은이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 같지만, 독일은 그런 게 용납되는 환경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게 용납되는 환경이 아니다. 환경이 받쳐주질 않아. 양국 젊은이의 태도가 다른 게 아니고 기득권층의 태도가 다르다.

다음은 청소년 정치활동이 마구 허용되는 나라 관련 글

노르웨이 청소년 정치 캠프에 대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환경보다 앞서가는 존재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앞서가는 그들 덕분에 대한민국의 앞날이 열라 밝다.

요즘 애들 무섭다. 무섭도록 앞서가는 존재라서.

마지막으로 다음 기사에서 몇 개만 발췌해보자.

'해적당 나가신다! 도둑 정당들 비켜라' - 오마이뉴스

"해적당 평당원 클로츠 스테판(24세, 전기기술자)은 "다른 정당에 비해 해적당은 당원의 직접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자신과 같은 젊은 층이 겪는 현실적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해적당의 목적에 '투명한 정치과정(transparenz politische Prozess)'이 들어 있다. 즉 정책이 제안되고 토론되고 결정되는 과정이 모두 인터넷으로 공개되며, 모든 정보는 공개된다. 당비 역시 마찬가지다. 해적당은 밀실회합이나 야합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가 평당원의 생각을 당 정책에 훨씬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한다.""

좋구나. 다른 당이 배워야할 점이구만.

"52세의 연구소 직원인 헤르만 하랄드는 해적당에 참여한 동기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사민당과 녹색당이 무엇을 했나? 영세민 지원 긴축 법안, 아프가니스탄 참전은 다 사민당과 녹색당에서 결정했다. 기성정당은 이념 논쟁에 치우친다. 해적당의 토론과 정책은 좌파와 우파라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실용적"이라고 밝혔다. 헤르만 하랄드는 기성정당의 '관념적 이념 대립'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대다수가 직장인인 해적당의 실용주의 노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것은 실용주의 노선! 이명박이 먹칠을 하긴 했지만 실용주의 노선은 좋은 물건이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좌파로 보일지 우파로 보일지 그딴 거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좋은 태도다.

그리고 해적당의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려면 위 기사를 읽어보시라. 알고 보면 한국 청년층도 탈권위를 지향한다. 그러나 한국 청년이 탈권위 하면 어르신들에게 찍힌다. 반면 독일 청년이 탈권위하면? 찍힐 일 별로 없다. 설령 찍히더라도 별 지장 없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이건 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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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가니대책위 2011.10.04 0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파님 오시면 좋을텐데 말이죠!

  2. 양파로그 2011.10.04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낯을 너무 가려서...